주식예측 | 11번 채점해서 3번 맞았다

결론부터 적어두면, 저는 지금 시장 방향을 맞히는 걸 거의 포기했어요. 매일 “오늘 시장은 이럴 것 같다”는 가설을 세우고 5일 뒤에 실제로 어땠는지 채점해봤는데, 열한 번 중 세 번 맞았거든요. 이 글은 그 채점표가 쌓이면서 “예측 말고 대응”이라는 기준이 생기기까지의 기록이에요. 참고로 저는 전문가가 아니고, 가상 자금 300만원으로 하는 종이매매(페이퍼 트레이딩) 기록이에요.

왜 굳이 가설을 세우고 채점까지 했나

처음엔 그냥 “느낌”으로 들어갔다가 계속 잘렸어요. 그래서 매일 아침 시장을 한 문장으로 읽고(예: “겉은 잔잔한데 금리가 조용히 주가를 누르는 날”), 오늘은 오를지(up)·내릴지(down)·박스권일지(range)를 미리 적어뒀어요. 그리고 정확히 5일 뒤에 S&P500이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보고 ○×를 매겼고요. 감이 진짜 실력인지, 아니면 그냥 기분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요.

채점표를 펼쳐보니 참담했다

2026년 7~8월 초, 결과가 나온 열한 번을 정리하면 이래요.

날짜 그날 내 예상 5일 뒤 결과(SPX) 채점
07-17 range down (-1.62%)
07-21 range range (-0.42%)
07-22 range down (-1.29%)
07-23 down range (-0.12%)
07-24 down up (+1.10%)
07-28 range up (+1.03%)
07-29 range range (+0.82%)
07-31 range up (+4.30%)
08-01 range up (+3.58%)
08-04 range up (+2.07%)
08-05 range range (+0.27%)

열한 번 중 세 번. 적중률로 치면 27% 정도예요. 웃긴 건 제 실제 종이매매 승률(승4/패13)도 24% 근처라는 거예요. 시장을 읽는 눈이랑 매매 결과가 비슷하게 못났다는 게, 우연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.

가장 크게 빗나간 날들 — 나는 계속 ‘내릴 것 같다’였다

채점표에서 제일 뼈아팠던 건 7월 31일이었어요. 그날 저는 “미국 10년물 금리가 더 오르면 고평가 기술주가 조정받는다”, “금값이 오르고 VIX가 20을 넘으면 위험회피가 강해진다”는 근거로 조심스럽게 봤어요. 그런데 5일 뒤 S&P500은 +4.30%. 제가 경계등을 켜는 사이 시장은 그냥 날아가더라고요.

이게 한 번이면 운이 나빴다 하겠는데, 8월 1일(+3.58%), 8월 4일(+2.07%)도 똑같았어요. 저는 매번 “금리가 주가 밸류를 조인다”, “환율이 1,450원을 넘으면 외국인이 빠진다” 같은 down 시나리오를 붙들고 range나 하락을 예상했는데, 시장은 세 번 연속 큰 폭으로 올랐어요. 제 예측엔 ‘내려갈 이유’만 자꾸 보이는 편향이 있었던 거죠. 겁이 많으니까 위험 신호만 눈에 들어온 거예요. 그날그날 왜 관망했는지는 국장만 혼자 뛴 날의 기록에도 남겨뒀는데, 다시 봐도 저는 계속 ‘조심’만 하고 있더라고요.

그나마 맞은 3번은 전부 같은 종류였다

반대로 맞은 세 번(7/21, 7/29, 8/5)을 보니 공통점이 있었어요. 전부 “한국만 홀로 급락하고 미국·변동성·신용시장은 평온한 날”에 range(박스권)를 예상한 경우였어요. 특히 7월 29일은 “코스피만 급락, 미국 VIX는 20 아래 유지”라고 읽었는데 5일 뒤 SPX가 +0.82%로 정말 좁은 박스권에 머물렀고요.

그러니까 제가 유일하게 조금 읽을 수 있었던 건 방향이 아니라 “이 충격이 국지적이냐, 전 세계로 번지느냐” 정도였어요. 한국만의 문제일 땐 미국은 대체로 잔잔했고, 그건 몇 번 맞더라고요. 이 ‘우리 집만 불난 날’ 패턴은 남의 집은 멀쩡한데 우리 집만 불난 날에 더 자세히 적어뒀어요. 그런데 이것도 상승·하락을 맞힌 게 아니라 “크게 안 움직인다”를 맞힌 거라, 사실 돈 버는 능력하곤 거리가 멀었어요.

그래서 예측 대신 ‘신호’에 판단을 넘겼다

이 채점표를 몇 주 쌓고 나서 내린 결론은 단순해요. 나는 방향을 못 맞힌다. 그럼 매일 방향을 맞히려 애쓰는 대신, 정해둔 진입 신호(게이트)가 열릴 때만 들어가고 아니면 관망하자는 거였어요. 실제로 채점 기록의 마지막 날인 7월 16일에도 게이트는 ON(진입 가능)이었지만 신호가 ‘관망’이라 거래를 안 했어요. 예전 같으면 “오를 것 같은데?” 하고 뇌피셜로 들어갔을 자리를요. 신호에 맡기고 관망한 이유는 게이트 열려도 관망한 이유에 따로 적어뒀어요.

지금 제 기준은 이 정도로 정리돼 있어요. 단정은 아니고, 채점표가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결과예요.

  • 매일 방향(up/down/range)을 적기는 하되, 거기에 돈을 걸지 않는다. 적는 건 내 편향을 확인하려는 용도.
  • 내 예측이 ‘down’으로 기울 때일수록 의심한다. 나는 겁이 많아 하락 신호만 잘 보이니까.
  • 진입은 예측이 아니라 정해둔 신호가 열릴 때만. 신호가 관망이면 아무리 확신이 들어도 쉰다.
  • 내가 조금 읽을 수 있는 건 방향이 아니라 “이 충격이 국지적인가”라는 것 하나뿐임을 인정한다.

솔직히 지금 평가액은 2,221,019원, 시작 대비 -26.0%예요. MDD는 27.85%까지 찍었고요. 예측을 포기했다고 성적이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니에요. 다만 “왜 틀렸는지 모르는 손실”이 “적어도 신호대로 하다 난 손실”로 바뀐 건, 저한텐 꽤 큰 차이였어요.

다음에 검증해보고 싶은 건 하나예요. 제 예측이 ‘down’이었던 날만 따로 모아서, 그때 만약 반대로 대응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. 제 편향이 정말 ‘역지표’인지 채점표로 확인해보려고요.
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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