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이 빠지고 국장이 내린다.” 저는 이 직관을 매매 판단에 세 번 그대로 걸었고, 그중 두 번을 틀렸어요. 그래서 지금은 원/달러 숫자 하나만 보고 방향을 걸지 않습니다. 이 글은 그 기준이 생기기까지, 제가 원/달러 1,450~1,500원 구간에서 실제로 남긴 채점 기록이에요.
왜 하필 환율에 겁을 먹었나
저는 정해진 신호를 따라 가상 자금 300만 원으로 굴리는 종이매매(페이퍼 트레이딩)를 하고 있어요. 문제는 그때 제 계좌 상태였어요. 반도체(SOXL) -6.4%, 기술주(TECL) -7.3%. 둘 다 3배 레버리지라 조금만 흔들려도 크게 출렁였고, 평가액은 시드 대비 -26.0%까지 내려가 있었어요. 누적으로도 승4·패13, 최대낙폭(MDD)이 27.85%였으니 뭐 하나 안 무서운 게 없던 시기였죠.
그 상태에서 뉴스마다 “원/달러 1,500원 위협, 외국인 이탈 가속” 같은 말이 계속 나왔어요. 이미 물려 있는 사람 입장에선 저 문장이 그냥 공포였습니다. 원화가 약해지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간다 — 논리도 그럴싸했고요. 그래서 그 직관을 그냥 믿는 대신, 신호가 시장을 어떻게 읽었는지 매일 가설로 적어두고 5일 뒤에 맞았는지 채점하기 시작했어요.
1,500원 넘으면 빠진다더니, 시장은 옆으로 갔다
첫 번째는 2026년 7월 23일이었어요. 그날 제가 시장을 읽은 문장은 “겉은 잔잔하지만 금리와 환율이 조용히 주식을 누르는 날”이었고, 방향은 하락으로 걸었어요. 근거로 적은 가설 중 하나가 딱 이거였어요. “원/달러 환율이 1,500원을 넘으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된다.”
5일 뒤 채점 결과는 박스권(range). 빗나갔어요. S&P500은 -0.12%, 그냥 제자리였어요. 환율이 무섭다는 이유로 하락에 무게를 실었는데, 시장은 제 공포랑 상관없이 옆으로 갔어요. 환율 숫자 하나가 방향을 정해줄 거라고 믿은 게 첫 번째 오답이었어요.
코스피만 홀로 빠진 날, 미국은 오히려 올랐다
두 번째가 더 얼얼했어요. 8월 4일, “글로벌은 잠잠한데 코스피만 홀로 급락, 원화 약세가 국장을 흔든 하루”라고 적었어요. 이번엔 아예 환율 레벨을 낮춰 잡았어요. “USD/KRW가 1,450원을 상향 돌파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돼 코스피가 추가 하락한다.” 실제로 그날 코스피는 혼자 무너지고 있었으니, 이 흐름이 이어질 거라 본 거죠.
결과는 상승(up). S&P500 +2.07%. 코스피만 원화 약세로 흔들렸는데, 정작 5일 뒤 위험자산 전체는 위로 갔어요. 그날 관망하며 남긴 기록은 여기(코스피 홀로 급락, 미국증시는 잠잠 — 그래서 관망)에 남겨뒀는데, 다시 봐도 “환율이 무섭다 → 그러니 빠질 거다”의 함정에 그대로 걸린 하루였어요. 원화 약세는 국장만의 얘기였고, 그게 글로벌 방향까지 끌어내리진 못했어요.
맞은 한 번도, 사실 환율 덕분은 아니었다
세 번 다 틀린 건 아니에요. 7월 29일 “세계가 아니라 한국만 흔들린 날 — 코스피만 급락, 미국·변동성·신용은 평온”이라고 적었을 때는 박스권을 예상했고, 결과도 박스권(SPX +0.82%)으로 맞았어요. 이날도 “원/달러가 다시 상승하면 외국인 이탈로 한국 자산 추가 하락” 가설을 하락 시나리오로 같이 적어뒀고요. 그날 판단은 여기(한국만 흔들린 날, 그래서 관망했습니다)에 있어요.
그런데 솔직히 이 적중은 “환율 때문에 빠질 거다”를 맞힌 게 아니었어요. 환율 약세를 하락 근거로 세우면서도 방향 자체는 박스권으로 걸었기 때문에 맞은 거였어요. 그러니까 환율 하나로 방향을 정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맞았다는 뜻이라, 저한테는 이게 제일 뼈아프면서도 힌트가 된 기록이었어요. 이렇게 채점을 쌓다 보니 제 예측이 얼마나 자주 빗나가는지도 정리가 되더라고요 (그 얘기는 11번 채점해서 3번 맞았다에 따로 남겼어요).
채점표로 다시 보면 이렇습니다
| 날짜 | 그날 건 환율 가설 | 내 예상 | 결과 | 채점 |
|---|---|---|---|---|
| 07-23 | 1,500원 넘으면 외국인 이탈 가속 | 하락 | 박스권 | 빗나감 |
| 07-29 | 원화 약세→외국인 이탈 | 박스권 | 박스권 | 적중 |
| 08-04 | 1,450원 돌파→코스피 추가 하락 | 박스권 | 상승 | 빗나감 |
그래서 지금 제가 환율 얘기 앞에서 하고 있는 건 이런 것들이에요. 단정은 못 하고, “저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” 정도예요.
- 환율 숫자 하나(1,450·1,500 같은 선)를 방향을 정하는 트리거로 쓰지 않는다. 세 번 걸어 두 번 틀린 게 제가 직접 겪은 거니까요.
- “원화 약세=국장 하락”은 국장 안에서만 참고하고, 글로벌 방향까지 끌어내린다고 넘겨짚지 않는다. 08-04가 그걸 알려줬어요.
- 환율이 무서운 날일수록 손이 근질거리는데, 그럴 때 방향을 거는 대신 관망을 기본값으로 둔다. 어차피 그날 신호도 거래 없음이었어요.
다음에 확인해보고 싶은 것
결국 제가 배운 건 환율 방향을 못 맞힌다는 사실 그 자체예요. 그래서 다음엔 “환율이 오른 날 코스피가 실제로 며칠 뒤 어떻게 됐는지”만 방향 예측 없이 숫자로 세어보려고요. 무섭다는 감정 말고, 원화 약세 다음 5일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갔는지. 그건 또 채점해서 남겨둘게요.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