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드머니 | 잃어도 안 흔들릴 300만원만 넣은 이유

제 시드머니 기준은 딱 하나예요. 잃어도 다음 달 삶이 안 흔들리는 금액만 넣는다. 저한테 그 선은 300만원이었어요. 지금 이 종이매매(가상 자금) 계좌가 시드 300만원에서 -26.0%까지 쪼그라들었는데도 제가 매매를 안 접고 버티는 건,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처음에 이 금액을 작게 잡아둔 덕이더라고요.

이건 “종잣돈은 이렇게 정하세요” 하는 훈수 글이 아니라, 그 기준이 왜 하필 300만원이 됐는지 제가 직접 겪은 기록이에요.

크게 넣었으면 진작에 멈췄을 계좌

제 누적 성적표부터 솔직히 까고 시작할게요. 승 4 / 패 13, 실현손익 -593,826원. 최대로 쪼그라들었을 때(MDD) 27.85%까지 빠졌어요. 승률로 치면 24% 언저리예요. 열 번 사면 일곱 번 넘게 틀렸다는 뜻이죠.

방향 예측은 더 부끄러워요. 매일 시장을 읽고 “오늘은 이럴 것 같다”를 적어두고 5일 뒤에 채점하는데, 예를 들어 2026-07-31엔 박스권(range)을 예상했는데 S&P500이 +4.30% 튀면서 상승(up)으로 빗나갔고, 바로 다음 2026-08-01도 range 예상에 +3.58%로 또 빗나갔어요. 이렇게 자꾸 틀리는 사람이 시드를 크게 넣었으면요? 한두 번 크게 물리는 순간 “이건 아니다” 하고 계좌를 닫았을 거예요. 금액이 작으니까 틀려도 다음 판이 있었던 거죠.

-26%를 숫자가 아니라 ‘금액’으로 보면

2026-07-16 기록을 보면 시드 3,000,000원짜리 계좌 평가액이 2,221,019원이에요. 퍼센트로는 -26%. 무섭게 들리죠. 근데 이걸 금액으로 바꾸면 평가손이 약 78만원이에요. 아프긴 한데, 한 달 아껴 쓰면 메꿀 수 있는, 제 삶을 흔들지는 않는 크기예요.

여기서 제가 겁먹었던 걸 하나 해봤어요. 만약 이 계좌가 300만원이 아니라 3,000만원이었으면? 같은 -26%가 780만원 손실이 돼요. 그 숫자였으면 저는 분명히 물타기로 더 들이붓거나, 못 참고 바닥에서 다 팔아버렸을 거예요. 결국 같은 퍼센트인데 금액이 심장을 다르게 때린다는 걸, 이 -26% 계좌가 저한테 가르쳐줬어요. 레버리지까지 안 얹고 버틴 이야기는 미수 안 썼기에 버틴 -26% 계좌에 따로 남겨뒀어요.

작은 시드라서 ‘관망’이 가능했다

2026-07-16 그날은 시장 진입 신호가 켜져(ON) 있었고 미국 지수도 +1.3%로 좋았는데, 저는 관망(거래 없음)을 택했어요. 이미 반도체(SOXL)가 진입 263,032원에서 246,100원으로 -6.4%(6일째), 기술주(TECL)가 316,236원에서 293,046원으로 -7.3%(5일째) 물려 있는 상태였거든요.

물려 있는데도 조급하게 손절하거나 추격매수하지 않고 그냥 지켜볼 수 있었던 이유가 결국 시드 크기예요. 남은 현금 404,427원까지 다 걸어서 판을 키우고 싶은 유혹이 없었던 건 아닌데, 이 돈 전부가 사라져도 삶이 안 흔들린다는 안심 덕에 손가락이 멈추더라고요. 만약 여기에 생활비가 걸려 있었으면 -7% 물린 걸 못 견디고 뭐라도 눌렀겠죠. 공포가 꺼진 날에도 안 들어가고 버틴 비슷한 판단은 공포 꺼졌는데 안 들어간 날에도 적어놨어요.

참고로 그날 섹터 강도는 반도체(+27.3%), 기술주(+17.6%), 바이오(+13.5%) 순이었어요. 제가 물려 있던 게 마침 1·2위 섹터라 “그래도 죽은 자리는 아니다” 싶어 버틴 것도 있고요. 근데 이 판단도 금액이 작으니까 여유롭게 할 수 있었던 거지, 크게 걸려 있었으면 순위고 뭐고 눈에 안 들어왔을 거예요.

지금 제가 쓰고 있는 시드머니 기준

정답이라고는 못 하고, 저 같은 초·중급자가 오래 살아남으려고 세운 기준이에요.

넣는 금액 잃어도 다음 달 삶이 안 흔들리는 선. 나는 300만원.
정하는 질문 “이 돈 0원 됐다 쳐도 오늘 밤 잠 오나?” 답이 ‘아니’면 금액을 줄인다.
퍼센트 말고 금액 -26%가 아니라 ‘평가손 78만원’으로 본다. 심장은 %가 아니라 액수에 반응하니까.
키우는 시점 승률이 아직 24%(승4/패13)라 안 키운다. 이기고 나서 생각.
현금 여유 현금(404,427원)은 남겨둔다. 다 걸면 관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.

마무리

시드를 크게 안 넣은 게 대단한 절제라기보단, 크게 넣을 배짱이 없어서 든 습관에 가까워요. 근데 그 소심함이 승4/패13을 견디게 해준 힘이 됐다는 게 좀 웃기면서도 다행이에요ㅎㅎ. 다음엔 이게 궁금해요. 계좌가 다시 본전 근처로 올라왔을 때, 제가 이 300만원 기준을 지킬지 아니면 “이제 됐다” 하고 금액을 키우고 싶어질지. 그 순간의 저를 한번 기록해보려고요.
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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