매매일지를 쓰기 시작하고 두 달쯤 지나서 알게 된 건, 제 판단이 좋아진 게 아니라 제가 매번 같은 자리에서 겁을 먹는다는 사실이었어요. 금리가 오른다는 뉴스만 보면 반사적으로 “떨어진다”에 걸었는데, 일지에 그게 고스란히 쌓이니까 어느 날 딱 보이더라고요. 이건 그 버릇을 스스로 발견하기까지의 기록이에요. 참고로 전부 가상 시드로 돌리는 종이매매(페이퍼 트레이딩) 기록이에요.
그날 시장을 한 줄로 적기 시작한 이유
처음엔 그냥 매매 결과만 적었어요. 뭘 샀고 얼마 물렸고. 그런데 결과만 남기니까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하나도 안 남더라고요. 다음 날 똑같은 실수를 해도 그게 반복인지조차 몰랐어요.
그래서 규칙을 하나 바꿨어요. 매일 “오늘 시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”를 한 줄로 적고, 방향(오른다/박스권/내린다)을 미리 걸어두고, 5일 뒤에 채점하기.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, 어떤 근거로 그렇게 봤는지를 남기는 게 핵심이었어요. 감으로 사고 감으로 물리던 이야기는 여기에 따로 정리해 뒀어요.
초기 일지: 겁먹고 “내린다”에 걸었다가 계속 틀렸다
7월 중순 일지를 다시 넘겨보면 창피할 정도로 패턴이 똑같아요. 금리 얘기만 나오면 하락에 걸었어요.
7월 24일. 그날 저는 “미국 10년물·실질금리가 더 오르면 S&P500이 떨어진다”에 걸고 방향을 down으로 적었어요. 실질금리라는 건 쉽게 말하면 물가를 뺀 진짜 이자인데, 이게 오르면 비싼 성장주가 부담스러워진다는 논리였죠. 그럴듯했어요. 그런데 5일 뒤 결과는 up, SPX +1.10%. 빗나갔어요.
8월 1일. 또 걸었어요. “10년물이 4.74%에서 5%로 오르면 성장주에 불리하다.” 방향은 이번엔 range로 적었지만 속마음은 여전히 하락 걱정이었어요. 결과는 SPX +3.58%. 그냥 틀린 게 아니라 시장은 폭등했어요. 바로 전날인 7월 31일도 제 걱정과 달리 +4.30%가 나왔고요.
7월 17일부터 8월 4일까지, 채점한 열 번 중 맞은 건 딱 두 번(7/21, 7/29)이었어요. 나머지는 대부분 “나는 내릴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시장은 올라버린” 경우였어요. 금리 오른다에 걸어 틀린 기록은 이 글에 더 적나라하게 남아 있어요.
일지가 알려준 것: ‘뉴스’가 아니라 ‘지표’를 확인하기
두 달치를 쭉 보니 down 가설 밑에 늘 같은 문장이 반복됐어요. 10년물, 실질금리 2.5%, VIX 20. 무서운 단어들인데, 정작 그 숫자가 실제로 그 선을 넘었는지는 제대로 안 보고 걱정부터 했더라고요. 뉴스 헤드라인에 반응한 거지 지표를 확인한 게 아니었어요.
그래서 8월부터는 걸기 전에 한 번 더 물었어요. “지금 VIX가 진짜 20을 넘었나? HY 스프레드(신용 위험 프리미엄, 회사가 돈 빌릴 때 얹는 웃돈이라고 보면 돼요)는 벌어졌나?” 안 넘었으면 겁을 접고 박스권(range)에 걸었어요.
8월 12일. “VIX와 HY 스프레드가 낮게 유지되면 조정폭이 제한되고 박스권”이라고 적고 range에 걸었어요. 결과 range, SPX +0.74%. 적중. 8월 7일 “코스피 급락은 국내 이슈로 그치고 미국은 크게 안 흔들린다”도 +0.98%로 적중이었고요. 표면은 강세인데 물밑 금리가 누르던 그 어긋난 장세 얘기는 여기에 있어요.
결과만 보면 8월 5일부터 12일까지 6번 연속 적중했어요. 그런데 저는 이걸 “실력이 늘었다”고는 안 봐요. 그냥 겁먹고 하락에 거는 버릇 하나를 줄인 것뿐이에요. 그게 일지가 해준 전부고, 그거면 충분했어요.
두 달을 겪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
| 초기의 나 | 지금의 나 |
|---|---|
| 금리 뉴스 보면 반사적으로 하락에 건다 | 숫자가 실제로 그 선을 넘었는지 먼저 확인한다 |
| 결과만 적는다 | 왜 그렇게 봤는지(근거)를 적고 5일 뒤 채점한다 |
| 틀려도 반복인지 모른다 | 같은 걱정이 반복되면 그게 내 버릇임을 안다 |
솔직히 계좌는 여전히 안 좋아요. 7월 16일 기준 반도체(SOXL)는 진입가 263,032원에서 246,100원으로 -6.4%, 기술주(TECL)는 316,236원에서 293,046원으로 -7.3%. 가상 시드 300만 원은 평가액 2,221,019원으로 -26.0%고, 누적은 승4·패13, 실현손익 -593,826원, MDD 27.85%예요. 판단이 조금 나아졌다고 손익이 바로 따라오는 건 아니더라고요. 그날도 신호는 관망이라 거래는 안 했고요.
그래도 일지는 계속 씁니다
맞히는 재미로 쓰는 게 아니라, 내가 어디서 반복해서 겁먹는지를 보려고 써요. 그게 손익보다 먼저 눈에 보였어요. 다음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건 하나예요. 하락에 걸어 틀린 날들만 따로 모아보면, 정말 매번 ‘VIX가 안 넘었는데도’ 걸었던 건지. 그게 사실이면 제 규칙 하나는 더 단순해질 것 같아요.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