손절 | 13번 잘려보고 정한 내 손절선

결론부터 적자면, 제 손절선은 “이제 오르겠지”라는 예측이 아니라 그냥 미리 정해둔 규칙입니다. 신호대로 따라가다 13번 잘리고 나서야 겨우 정리된 기준이라, 이 글은 그 기준이 생기기까지의 기록이에요. 대단한 노하우가 아니라, 오히려 제가 얼마나 못 맞히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만든 선입니다. 참고로 여기 나오는 돈은 전부 300만원짜리 가상 시드로 굴리는 종이매매(페이퍼 트레이딩) 기록이에요.

손절선이 없던 시절, 나는 그냥 물려 있었다

예전에는 손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. 정확히는, 못 했습니다. 사놓고 떨어지면 “존버하면 언젠가 오겠지” 하고 버텼거든요. 그게 신념이라서가 아니라,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는 게 무서워서였어요. 그렇게 안 팔고 버틴 걸 저는 ‘장기투자’라고 불렀는데, 지금 보면 강제 장기투자였습니다. 내가 고른 게 아니라 못 팔아서 붙들려 있던 거니까요.

그러다 판단을 제 감이 아니라 정해진 신호에 맡기기 시작했어요. 신호가 자르라고 하면 자르고, 관망이면 관망하고. 감정을 뺀 대신, 잘리는 횟수는 확 늘었습니다.

손절이 안 되는 진짜 이유: 나는 시장을 못 맞힌다

손절이 안 되는 이유를 오래 고민했는데, 결국 하나였어요. “곧 반등할 것 같아서”입니다. 그런데 제가 그날그날 시장을 어떻게 봤는지 채점해 보니, 이 예감이 얼마나 못 믿을 물건인지가 숫자로 딱 나오더라고요.

  • 7월 24일 — 저는 실질금리 부담으로 하락을 예상했는데, 결과는 상승(SPX +1.10%)이었어요.
  • 7월 28일 — 경기 둔화 신호를 보고 박스권을 예상했는데, 또 상승(SPX +1.03%)이었습니다.

최근 채점한 7번 중 맞은 건 2번뿐이었어요. 5번은 빗나갔고요. 이 성적표를 보고 나니 결론이 단순해지더라고요. 내 예측이 이 정도인데, 그 예측을 믿고 “조금만 더 버티자”를 하면 안 되는 거죠. 그래서 손절선은 예측이 아니라 미리 정해둔 규칙이어야 한다는 게 저한테는 확실해졌어요.

지금 손절선 안쪽에서 지켜보는 두 자리

손절선이 규칙이라는 게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, 지금 들고 있는 두 종목이 딱 그 상태예요. 이날 신호는 ‘관망’이었고, 둘 다 손절선 안쪽이라 아직 안 잘랐습니다.

종목 진입가 현재가 수익률 보유일
반도체(SOXL) 263,032원 246,100원 -6.4% 6일째
기술주(TECL) 316,236원 293,046원 -7.3% 5일째

-6.4%, -7.3%. 예전의 저라면 “이 정도면 곧 오르지” 하고 마음이 흔들렸을 자리예요. 실제로 반도체는 섹터 강도 1위(+27.3%)라 미련이 남고요.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생각해요. 미련이 남는다는 건 예측이 끼어들고 있다는 신호라서, 손절선에 닿으면 섹터 강도가 뭐든 그냥 자르기로 했어요. 아직은 선 안쪽이니까 들고 있는 거지, 반등을 확신해서 들고 있는 게 아니에요. 이 구분이 저한테는 제일 어려웠어요.

신호대로 잘랐던 날들과, 그 총합

반대로 선에 닿아서 실제로 잘랐던 날들도 있어요. 기술주를 신호대로 손절했던 날 기록은 여기에 남겨뒀고, 자른 돈으로 곧장 다른 종목을 새로 담았던 날은 이 글에 있어요. 손절이 손실 확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, 현금을 다시 확보해서 다음 자리로 넘어가는 거라는 걸 이때 처음 몸으로 느꼈어요. 손절하고 아예 주식에서 손 떼고 다른 데로 눈 돌렸던 날 기록은 이쪽에 있고요.

이렇게 잘라온 성적을 솔직하게 까 보면, 좋진 않아요. 누적 승 4 / 패 13, 실현손익 -593,826원, 최대 낙폭(MDD)은 27.85%까지 갔어요. 전체 평가액도 2,221,019원으로 시드 대비 -26.0%예요. 숫자만 보면 손절이 무슨 소용인가 싶죠.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.

그런데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. 이 손실은 확정된 채로 끝난 손실이지, 못 팔고 끌려다니는 손실이 아니에요. 13번 잘렸어도 매번 현금(지금 404,427원)은 손에 남았고, 시드가 통째로 한 종목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는 안 됐어요. 강제 장기투자로 물려 있던 시절엔 이 ‘움직일 수 있다’는 감각 자체가 없었거든요.

그래서 지금 제가 지키고 있는 선

정답이라는 게 아니라, 지금 저는 이렇게 하고 있어요.

  • 손절선은 산 날 미리 정한다. “떨어진 뒤에” 정하면 그건 손절선이 아니라 변명이 되더라고요.
  • 섹터 강도 1위라도 선에 닿으면 자른다. 미련은 예측이 끼어들었다는 신호로 본다.
  • 버티는 건 반등을 확신해서가 아니라 아직 선 안쪽이기 때문이다. 이 둘을 헷갈리지 않으려고 애쓴다.
  • 잘린 뒤엔 성적표를 있는 그대로 적는다. -593,826원도 그냥 적는다. 안 아픈 척하면 다음에 또 못 자른다.

마무리

13번 잘리고도 여전히 마이너스라, 손절이 저를 구해줬다고는 못 하겠어요. 다만 못 팔아서 물려 있던 때보단 마음이 훨씬 가벼워요. 다음에 확인해보고 싶은 건 하나예요. 지금처럼 섹터 강도 상위 종목을 들고 있을 때, 손절선을 조금 더 넓게 두는 게 결과적으로 나은지 아닌지. 이건 숫자가 더 쌓여야 답이 나올 것 같아서, 계속 기록해보려고요.
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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