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금 제 매수 타이밍 기준은 딱 하나예요. S&P500이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, 제 판단이 어떻든 그날은 아예 안 들어갑니다. 방향을 맞히려는 시도를 접고, 시장이 켜졌는지 꺼졌는지만 봐요. 이 글은 그 ‘게이트’ 기준이 생기기까지의 기록이에요. 참고로 전부 가상 자금 300만원으로 굴리는 종이매매(페이퍼 트레이딩)라, 진짜 돈은 아니지만 판단은 진짜처럼 남기고 있어요.
방향 맞히기를 포기하게 된 배경
솔직히 저는 매일 시장을 나름대로 읽었어요. “오늘은 박스권일 것 같다”, “금리가 눌러서 빠질 것 같다” 하고 예상을 적고, 5일 뒤에 실제 결과랑 맞춰보는 채점을 계속 했어요. 그런데 이 채점표가 저를 좀 부끄럽게 만들더라고요.
7월 17일엔 박스권(range)을 예상했는데 결과는 하락(down), SPX가 -1.62%였어요. 22일엔 또 박스권 예상했다가 -1.29% 하락으로 빗나갔고, 23일엔 하락을 예상했더니 오히려 -0.12%로 거의 안 움직이는 박스권이었어요. 24일은 하락 예상에 +1.10% 상승, 28일도 박스권 예상에 +1.03% 상승. 며칠을 내리 틀린 거죠. 맞은 날도 있긴 했어요. 21일이랑 29일은 박스권을 예상해서 실제 박스권으로 적중했는데, 전체로 보면 제 ‘오늘의 시장 읽기’는 동전 던지기보다 나을 게 없었어요.
누적 성적표가 이걸 그대로 보여줘요. 승 4 / 패 13, 실현손익 -593,826원, MDD 27.85%. 방향을 맞히겠다고 덤빈 결과가 이 숫자였어요.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. 내가 방향을 못 맞히는 건 이미 증명됐으니, 예측 대신 ‘조건’에 맡기자. 그 조건이 시장 게이트예요.
게이트가 켜진 날, 그런데도 안 산 이유
7월 16일이 대표적이었어요. 그날 게이트는 ON이었어요. SPX가 +1.3%로 이동평균선 위에 있었으니, ‘들어가도 되는 날’이었죠. 그런데 저는 관망했어요. 거래 없음.
여기서 제가 배운 게 있어요. 게이트 ON은 “사도 된다”는 허가지, “사라”는 명령이 아니라는 거요. 신호탄이 아니라 그냥 문이 열린 것뿐이에요. 그날은 매매 신호 자체가 관망이라 아무것도 안 했어요. 게이트가 초록불이어도 건널 사람이 없으면 안 건너는 거랑 비슷해요. 이 얘기는 게이트가 열려도 관망했던 그날 기록에도 남겨뒀어요.
사실 그날 제 계좌는 웃을 상황이 아니었어요. 보유 중이던 반도체(SOXL)가 진입가 263,032원에서 246,100원으로 -6.4%, 기술주(TECL)는 316,236원에서 293,046원으로 -7.3%. 평가액은 시드 300만원이 2,221,019원까지 쪼그라들어 -26.0%였어요. 이런 날일수록 “빨리 물타서 만회하자”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, 신호가 관망이면 그냥 관망. 게이트 ON이 그 조급함까지 눌러주진 못하니까, 신호를 한 번 더 방패로 세운 거죠.
게이트가 꺼져 있던 구간이 지켜준 것
반대로 시장이 눌려 있던 구간을 볼게요. 17일 -1.62%, 22일 -1.29%처럼 SPX가 이동평균 아래에서 힘을 못 쓰던 날들엔 게이트가 닫혀 있었어요. 이때 제가 만약 “이쯤이면 반등하겠지” 하고 신규 진입을 했다면 어땠을까요. 위에서 봤듯 제 그날그날 예상은 계속 빗나갔으니, 아마 하락하는 칼날을 몇 번 더 잡았을 거예요.
게이트가 닫혀 있는 동안엔 신규 진입이 원천 차단되니까, 현금 404,427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. 손실은 이미 들고 있던 두 종목에서 났지만, 적어도 하락장에 새 자리를 계속 늘리는 실수는 막혔어요. 이 감각은 예전에 정리했던 안 들어가는 날 3가지 조건이랑도 맞닿아 있어요.
그리고 24일 +1.10%, 28일 +1.03%, 29일 +0.82%로 SPX가 사흘을 이어 올라오면서 게이트가 다시 초록으로 바뀌는 흐름이 나왔어요. 재밌는 건, 이 상승 구간이 제 예상이 가장 크게 빗나간 구간이기도 했다는 거예요. 저는 24일도 28일도 안 오를 줄 알았거든요. 제 머리는 틀렸는데 게이트는 맞게 열렸어요. 이게 “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자”는 말의 진짜 뜻인 것 같아요. 내 예측을 시장 위에 올려놓지 않는 거요.
그래서 지금 제가 쓰는 기준
이런 일들을 겪고 지금은 이렇게 하고 있어요. 정답이라기보단 -26%까지 맞아본 사람이 겨우 정리한 최소한의 규칙이에요.
| 게이트 OFF (SPX 이동평균 아래) |
신규 진입 0건. 내 예상이 아무리 강해도 예외 없이. |
| 게이트 ON (SPX 이동평균 위) |
‘진입 가능’일 뿐. 매매 신호가 따로 나와야 실제 매수. |
| 내 방향 예상 | 기록은 하되 매수 결정엔 안 쓴다. 채점용일 뿐. |
| 물타기 충동 | 게이트가 아니라 신호로 막는다. 감정으론 못 이김. |
핵심은 매수 타이밍을 ‘내가 잘 맞히는 순간’으로 정의하지 않게 된 거예요. 저는 그걸 잘 못하니까요. 대신 ‘시장이 허락한 순간’으로 바꿨어요.
다음에 확인해보고 싶은 것
아직 못 풀어본 숙제가 있어요. 게이트가 ON으로 막 바뀐 첫날에 바로 들어가는 게 나은지, 아니면 며칠 켜진 걸 확인하고 들어가는 게 나은지. 24·28·29일처럼 켜진 뒤에도 계속 올라간 구간을 보면 늦게 들어가도 늦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. 이건 다음 채점표로 천천히 확인해보려고요. 저도 여전히 배우면서 따라가는 중이에요.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