분할매수 | 몰빵으로 물리고 나눠 담게 된 기록

저는 이제 사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오히려 더 잘게 나눠서 삽니다. 한 번에 다 넣지 않는다는 것, 이게 지금 제 매매의 거의 유일한 규칙이에요. 대단한 통찰이라서가 아니라, 한 번에 다 넣었다가 물려본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. 이 글은 ‘분할매수가 좋다’는 교과서 얘기가 아니라, 제가 가상 자금 300만원으로 종이매매를 하면서 왜 나눠 담게 됐는지, 그 기준이 생기기까지의 기록입니다.

한 번에 다 넣던 시절, 저는 방향을 맞힐 수 있다고 믿었어요

나눠 사는 걸 몰라서 안 했던 게 아닙니다. “여기다” 싶으면 한 방에 넣는 게 더 크게 먹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. 분할매수라는 말은 왠지 자신 없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여겼고요. 그런데 그 밑바탕엔 ‘나는 오늘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대충 안다’는 믿음이 깔려 있었습니다. 문제는 그 믿음이 진짜인지 한 번도 제대로 채점해본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.

지금은 매일 ‘오늘 시장을 이렇게 읽었다’를 적고 5일 뒤에 맞았는지 틀렸는지 점수를 매깁니다. 결과는 꽤 아팠어요. 7월 31일엔 박스권(range)을 예상했는데 S&P500이 하루에 +4.30% 튀었고, 8월 1일도 range 예상에 결과는 +3.58%였습니다. 7월 24일엔 하락을 봤는데 +1.10%로 올랐고요. 방향을 걸면 이렇게 크게 어긋나는 사람이 한 번에 몰빵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.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.

‘안 사는 것’도 분할의 첫 단추였어요 — 7월 16일 기록

나눠 담기는 결국 ‘오늘 얼마나 안 살까’를 정하는 일이더라고요. 그걸 제일 선명하게 느낀 날이 2026년 7월 16일입니다. 그날 시장게이트는 ON, 즉 ‘들어가도 되는 날’이었어요. SPX도 +1.3%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요. 문 열렸으면 뭐라도 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. 그런데 그날 매매 신호는 관망이었습니다. 거래 없음. 결국 아무것도 안 샀어요.

예전 같으면 “게이트도 켜졌는데 왜 안 사?” 하고 손이 나갔을 겁니다. 그런데 나눠 담는 사람 입장에선, 신호가 없는 날 안 사는 것 자체가 다음에 살 돈을 남겨두는 거예요. 비슷하게 문이 열렸는데도 손 놓고 봤던 날의 심정은 게이트는 초록불, 나는 손 놓고 봤다에 남겨뒀어요.

물려도 현금이 남아있다 — 이게 나눠 산 증거예요

지금 제 계좌 상태를 그대로 적어볼게요. 반도체(SOXL)는 진입 263,032원에서 246,100원으로 -6.4%, 6일째 물려 있습니다. 기술주(TECL)는 316,236원에서 293,046원으로 -7.3%, 5일째고요. 전체 평가액은 2,221,019원, 시드 300만원 대비 -26.0%입니다. 솔직히 좋은 그림은 아니에요.

그런데 여기서 제가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. 이렇게 물려 있는데도 현금이 404,427원 남아있어요. 감으로 몰빵하던 시절이면 이 돈은 진작 두 종목에 다 밀어 넣었을 거예요. 그럼 지금 -26%가 아니라 더 깊게 물렸겠죠. 나눠 산다는 건 화려한 게 아니라, 물린 순간에 ‘아직 안 쓴 돈이 있다’는 이 감각이 전부였어요. 반등이 오면 더 살 수 있고, 안 와도 덜 다치고요.

물론 이게 대단히 잘한 거라고 자랑하는 건 아닙니다. 누적 전적이 승4/패13에 실현손익 -593,826원, 최대낙폭(MDD, 계좌가 고점 대비 가장 많이 빠진 폭)은 27.85%예요. 여전히 지고 있는 사람의 기록이죠. 다만 한 번에 다 넣었다면 이 숫자가 더 나빴을 거라는 것만은 확실해요.

지금 제가 나눠 담을 때 지키는 것들

단정할 처지는 아니고, 그냥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는 정도로 적어볼게요.

상황 예전(감) 지금(신호대로)
신호 없는 날 게이트 켜지면 일단 삼 관망이면 안 삼 (7/16처럼)
확신이 강할 때 한 번에 몰빵 확신 클수록 더 잘게
이미 물렸을 때 현금까지 다 밀어넣음 현금(40만원)은 남겨둠

핵심은 이거예요. 제가 방향을 자주 틀리는 사람이라는 걸 채점으로 확인했으니까, 나눠 사는 건 겸손이 아니라 그냥 생존 방식이에요. 비슷한 이유로 한국만 빠진 날 안 들어갔던 판단은 한국만 빠진 날, 그래서 안 들어갔다에 적어뒀어요.

아직 못 해본 것

솔직히 지금 제 기록엔 ‘나눠 사서 물타기로 평단을 낮춰본’ 완결된 사례가 아직 없어요. 두 종목 다 물린 채 현금만 쥐고 있는 상태거든요. 그래서 다음에 확인해보고 싶은 건 하나예요. 반등 신호가 왔을 때 남겨둔 404,427원을 실제로 나눠 넣으면, 그게 평단이랑 수익률을 얼마나 바꾸는지. 그 숫자가 나오면 다시 담담하게 기록으로 남길게요.

종이매매(가상) 기록이며,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.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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